21 7월 이기봉

이기봉
얇은 단면들
이기봉(1957-)은 관찰자가 감각지각으로 세계를 재인식하게 하는 작업을 한다. 그는 1980년대부터 〈날것-사건의 검증〉(1987)과 같은 작품으로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는 인간의 지각과 인식이 불명확할 수 있음을 증명해왔다. 또한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와 기술이 접목된 작품으로 관찰자의 현실인식의 층위에 상상과 정신의 세계를 덧씌우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얇은 단면들〉(2008)은 아크릴 물감으로 나무를 그린 후 플렉시 글라스를 캔버스 위에 겹쳐 제작한 작품이다. 겹쳐진 플렉시 유리는 평면 속 가상공간의 공간감을 입체적으로 만듦과 동시에 나무의 형상과 입체공간이 ‘안개’에 휩싸인 것 같은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관찰자는 작품의 이미지를 통해 필연적으로 안개에 가려져 시각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나무의 부분들이나 안개로 인해 하얗기만 한 화면의 내부 공간(가상세계)을 상상하게 된다. 현실에서 안개는 시각적으로 보이지만 형체는 분명하지 않고 공간에 스며들어 대상을 가리면서도 그 존재 자체를 지우지 않는 물질로, 작가가 본인의 작업에서 주요하게 생각하는 ‘자연적 요소’이다. 〈얇은 단면들〉에서의 안개는 작가의 의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관찰자의 감각지각이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인식하게 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수행한다.
2008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플렉시 유리, 혼합재료
243×1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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