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7월 윤영석

윤영석
제로섬 게임을 넘어서
윤영석(1958-)은 사물과 심리적인 조건과 관계, 정상과 불구의 경계, 생명과학의 윤리적인 문제와 같은 폭넓은 주제를 가로지르며 조각, 영상, 설치, 입체적 평면 등의 다채로운 작업을 해왔다. 특히, 주위를 둘러싼 시공간의 움직임과 변화를 조각가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조각 예술이 물질과 공간의 개념에서 시간의 차원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감지하며 시간에 대한 다양한 시각적 실험을 진행해온 조각가이다. 1980년대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작가는 1994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쿤스트 아카데미 유학 후 미묘하고 심미적인 접근을 시도하며 “사물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름”에 대한 고찰을 통해 시지각의 오차에 따른 심리적 일루전을 다루기 시작했다. 작가는 1997년 UFO를 만났던 경험 이후로 또 다른 시간의 존재, 다른 공간의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였으며, 2004년 이후에는 시간에 대한 개념을 시각적인 이미지들로 재해석한 렌티큘러를 이용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제로섬 게임을 넘어서〉(2007)는 윤영석의 작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주제인 ‘불구(不具)’에 관한 작업으로, 한동안 ‘정상’이라고 믿었던 자신이 맹인보다 보지 못하고, 청각장애인보다도 듣지 못한다는 또 다른 병리(病理)를 발견하고, 착각(錯角), 착시(錯視), 오독(誤讀), 오시(誤視)의 미학에 유념하게 되면서 ‘정상이 아닌 정상’에 대한 현상을 다양하게 연구하였다. 당구 큐대를 잡고 있는 거대한 손이 거대한 당구공을 조준하고 있는 이 작품은 매우 정상적이고 우아해 보이지만 손가락이 여섯 개인 불구의 손이며, 손 위에 컴퓨터 머더보드(mother board) 회로 설계도, 수학공식, 한의학의 경혈도(經穴圖) 등이 그려져 있다.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0)가 되는 게임이론에 대해 작가는 잉여의 가치가 제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심각한 생물학적 문제로 남게 된다고 생각하고, 인간의 잠재된 욕망과 가치, 과학문명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 대해 경고한다.
2007
FRP, 강철, 우레탄 페인트 도색, 나무
275×510×700cm
경기도미술관 설치 전경,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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