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7월 윤석남

윤석남
핑크 룸
한국 여성미술의 대표작가 윤석남(1939-)은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40대에 미술계에 늦게 입문했다가 1980년대 초반 미국에서 판화와 회화를 공부하고 왔다. 1985년 남성중심의 화단에 여성작가로 생존하기 위해 김인순(1941-), 김진숙(1947-)과 시월모임을 결성하여 1986년 제2회 그룹전으로 여성의 현실을 반영한 《반에서 하나로》(1986)라는 전시를 개최하였다. ‘민족미술협의회’의 여성분과였던 ‘여성미술연구회’ 회원으로서 《여성과 현실》(1987)전에 참여하는 등 한국 여성미술에 주요한 기점이 되는 전시들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근현대 한국의 여성사와 모성, 여성성, 나아가 생태적 관심까지 포괄하는 작가의 작업세계에는 여성적 주체에 대한 자각과 연구가 바탕이 되고 있다.
〈핑크 룸〉(1996)은 붉은 방에 형광 분홍색의 천으로 된 의자와 바닥에 널린 빨간색 구슬들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설치 작품이다. 서양식 형태이지만 한복과 같은 공단 천으로 된 의자의 쿠션에는 미세하고 화려한 무늬가 가득하다. 언뜻 푹신해 보이는 의자에는 갈고리형의 뾰족한 대못이 뿔처럼 솟아나 있다. 뒤틀리며 올라온 형태는 자못 그로테스크한 느낌과 불안한 정서를 환기시킨다. 그 위에 나무판으로 된 여성상이 놓여있는데, 투박한 나무의 느낌이 매끄러운 공단 천과 대비되면서 여성의 고된 삶을 연상시킨다. 바닥에 깔린 구슬들은 그 위를 딛고 서기 어려워 보인다. 작가는 가부장제 문화에서 집 안에서 조차 편히 정착하기 어려운 여성의 부조리한 현실과 내재된 욕망을 촉각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오브제와 설치물로 제시하였다. 이는 곧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 주변의 어머니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핑크 룸〉으로 시작된 ‘룸(room)’ 시리즈는 색채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니며 〈블루 룸〉(2010), 〈화이트 룸〉(2011), 〈그린 룸〉(2013)의 작품으로 이어졌다.
1996
혼합재료
가변크기
경기도미술관 설치 전경,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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