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7월 박현기

박현기
무제
박현기(1942-2000)는 한국적 비디오아트의 1세대 작가로, 드로잉, 입체, 사진, 비디오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친 작가이다. 그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영향으로 비디오 아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으나 그의 작업은 자연과의 조화, 오브제 자체와 물성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던 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백남준처럼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대신 오히려 탈테크놀로지한 장르를 지향하며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비디오 설치 작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였다. 실제 돌과 TV모니터 속의 돌을 병치시킨 〈비디오 돌탑〉(1978), 돌과 철판으로 시소를 만들어 한쪽에 돌의 영상을 담은 TV모니터를 얹은 〈TV 시소〉(1984), 불교 도상과 포르노 장면을 빠른 속도로 교차 편집한 〈만다라〉(1997-1999) 등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소위 ‘나무 손’ 시리즈로 불리는 〈무제〉(1993)는 작가가 1990년대 초반 폐침목과 돌을 소재로 제작한 여러 작품 중 하나로, 기다란 폐침목의 한쪽을 마치 손가락처럼 다섯 갈래로 잘라 그 사이에 돌을 끼워 넣고, 왼쪽에는 실제 작품을 둘러보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담긴 소형 모니터가 달려있는 작품이다. 작가가 평생을 주재료로 삼았던 ‘돌’은 그에게 있어 태고의 시간과 공간을 포용하는 자연이자 서구과학의 한계를 느낀 작가 스스로를 확인하는 오브제이다. 또 ‘손’은 그의 작품 속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화두로, 돌과 손가락 형태의 나무로 구성된 이 작품을 관조하는 작가의 영상을 통해 작품과 스스로 하나가 되는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1993
모니터, 돌, 폐침목,
싱글채널비디오, 흑백, 무음
245×55×23cm

경기문화재단이 보유한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작품 사진의 경우 작품저작권자의 권리에 의해 보호를 받기 때문에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문의 후 이용 바랍니다.
다른 소장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