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7월 박서보

박서보
묘법 No.031219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박서보(1931-)의 작품세계는 크게 전기의 추상표현주의 시기와 1970년대 이후의 ‘단색화’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초기에는 전후 참담한 현실과는 괴리된 국전을 중심으로 이상적인 아카데미즘을 추구하던 기성 미술계에 대한 반발을 드러냈고, 〈원형질〉 연작과 〈유전질〉 연작을 발표하며 한국형 앵포르멜의 태동을 주도했다. 그러나 서구의 사조를 좇는 추상미술에 한계를 느낀 박서보는 〈묘법〉 연작을 새로이 선보이면서 작품세계에 큰 전환기를 맞이한다. 한국의 ‘단색화’ 형성에 기여한 박서보의 ‘묘법’은 현대미술의 조형언어가 동양적 사상과 결합된 그의 독창적인 방법론이다.
〈묘법〉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는 캔버스 위에 물 먹인 한지를 겹겹이 바르고 연필 등의 도구로 선을 긋는 작업을 되풀이하여 흔적을 남긴다. 즉 그리는 동시에 지우고, 새기는 동시에 채우는 작업으로 그렇게 형성되는 선들은 반복적인 행위의 기록이자 시간의 흔적이다. 이 과정은 마치 부조처럼 표면에 골을 만들어 시선의 각도와 빛의 영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철저하게 계산된 박서보의 선들은 화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순간 조우하게 되는 사각형은 일순간 긴장을 이완시킨다.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호흡을 위한 일종의 ‘숨구멍’인 셈이다. 초기 묘법은 캔버스와 물감, 연필로만 이루어졌고, 1980년대부터는 여기에 한지라는 동양적 재료가 더해졌으며, 90년대 이후 한지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해서 직선을 긋는 현재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줄곧 무채색을 고집했으나 2000년대부터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계속해서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2003
캔버스에 한지, 혼합재료
182×22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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