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7월 노상균

노상균
구멍을 향한 전체
노상균(1958-)은 대상이 본래 지니고 있는 시각적, 개념적 속성을 시퀸(sequin)으로 변주한다. 서울대학교와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시퀸을 평면과 입체의 대상에 균일한 간격으로 뒤덮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으며, 최근에는 축광안료를 재료로 사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시퀸을 화면에 촘촘히 붙이는 평면 작업은 관찰자의 시각에 착시를 일으켜 작가의 의도에 따라 입체적으로 보이거나 화면 위에서 방향성을 느끼게 되는 일루전을 체험하게 한다. 마네킹, 불상, 예수상과 같은 입체에 시퀸으로 새로운 외피를 덧씌우는 작업은 시각적 변화를 통해 대상을 재인식하게 할 뿐만 아니라, 대상의 외양이 본래 지니고 있는 의미를 지우지 않으면서도 이를 탈피시키거나 드러나게 한다.
〈구멍을 향한 전체〉(1999)는 중앙의 작은 여백을 제외한 캔버스 평면 전체에 시퀸을 붙인 작품이다. 균일하게 붙여진 시퀸으로 인해 멀리서 보면 마치 기성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시퀸이 각도와 간격을 맞춰 균일하게 하나하나 붙여진 흔적을 살펴볼 수 있어 작가의 엄청난 작업량을 짐작케 한다. 평면에 일정하게 원형으로 붙여진 각각의 시퀸들은 화면 전체에 집합되어 원형에 가까운 색채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원형의 색채 흐름들과 관찰자의 움직임에 따라 달리 보이는 반사광은 시퀸이 붙여진 각도로 인해 작품 제목처럼 고정된 평면의 화면 전체가 캔버스 중앙의 여백으로 집중되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1999
캔버스에 시퀸
218×218cm

경기문화재단이 보유한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작품 사진의 경우 작품저작권자의 권리에 의해 보호를 받기 때문에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문의 후 이용 바랍니다.
다른 소장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