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7월 김창겸

김창겸
사루비아 다방 1
김창겸(1961-)은 회화, 조소,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실재와 가상 사이의 경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현실과 환영의 영역을 넘나드는 작업으로 주목 받아왔다. 이탈리아 유학시절 형이상학파(Pittura Metasica)의 대표화가인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 1890-1964)의 정물화에 큰 영감을 받은 후 ‘죽은 자연(Natura Morta)’을 의미하는 ‘정물’에서 과거의 기억이 남겨진 채 시간이 정지된 상황을 발견한 작가는 ‘부재의 기억’을 사진과 영상 작업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1997년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전시에서 처음 일상의 정물을 이용한 작업을 선보인 이래 2003년 개인전 《사루비아 다방》에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김창겸은 오브제와 영상을 결합한 소박한 형식에서 최근에는 2D와 3D기법이 결합된 작품으로 확장되었다. 김창겸의 작업은 직접 석고로 제작한 오브제 위에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석고 오브제는 TV, 어항, 거울, 병, 깨진 접시, 찻잔, 캔 등의 지극히 일상적인 오브제를 실물 그대로 떠내고, 영상은 석고 오브제로 만든 정물을 포함하는 영상을 따로 제작해 오브제 위에 오브제의 영상을 투사시켜 일치시키는 방식을 통해 실제와 허구, 실상과 가상의 경계를 허문다.
〈사루비아 다방 1〉(2003)은 거울, 어항, 꽃다발 모양의 백색 석고 오브제가 작은 방 안에 설치되어 있고 그 위에 영상 이미지가 투사된 작품으로, 거울에 비치는 다방의 공간, 어항의 물고기, 벽에 거꾸로 걸려있는 꽃다발, 테이블보 등이 실재감을 갖는다. 간혹 사람 형상의 검은 그림자가 등장해 거울 앞에 서서 거울에 비친 사람의 모습을 응시하며 지나가곤 하는데 마치 실제의 상황인 것처럼 거울을 바라보며 서 있던 관객은 이때 비로소 거울 속의 모습이 허구임을 인지한다. 거울 속 장면과 거울이 놓인 배경의 불일치, 이 모든 장면과 겉도는 그림자는 이중 삼중으로 중첩되어 실제와 허구라는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개념을 조화롭게 공존시키며 궁극적으로 실재의 진정성을 드러낸다.
2003
비디오 설치
7분 3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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