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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MA 컬렉션 하이라이트
기간/ 2018.08.14(화) ~ 2018.11.25(일)
장소/ 경기도미술관 기획전시실
경기도미술관(GMoMA)은 2006년 개관이래 1950년대 이후의 한국 현대미술 작품을 중점적으로 수집해왔으며, 한국화, 회화, 조각, 사진, 설치, 뉴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559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12년간 경기도미술관은 외부 공고와 내부 학예직의 리서치를 통한 구입(86%)과 경기도미술관 기획전 출품작가들의 기증(11%), 그리고 안산 선감동 소재의 경기창작센터로부터의 관리전환(3%)으로 소장품을 취득하였습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구입 작품은 주로 1970-80년대 한국 현대 미술사를 관통한 작가들의 주요 작품과 1990년대 이후 동시대 현대미술의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그동안 수집한 소장품 중 미술사적, 예술적 가치 등을 고려하여 엄선한 경기도미술관의 대표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이를 위해 경기도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은 총 559점의 소장품을 대상으로 3회에 걸쳐 작품선정회의를 진행하여 경기도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 99점을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이 중 전시환경, 전시빈도 등을 기준으로 선별된 25점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본 전시에 소개되지 않은 다른 작품들은 10월 25일 개관12주년 기념일에 출간될 동명의 소장품 선집(選集)을 통해 여러분께 공개될 예정입니다.

《GMoMA 컬렉션 하이라이트》는 경기도의 문화자산에 대한 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 동시에 공립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온 경기도미술관의 지난 12년을 보고하는 자리입니다. 더불어 이번 전시는 여러분에게도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주요작품
김홍주, <무제>(2002)
김홍주--무제--2002--캔버스에-아크릴-채색--162×162cm
김홍주 | 무제 | 2002 |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 162×162cm | 2006년 구입

김홍주(1945-)는 극사실적 기법으로 꽃이나 문자 등을 그린 그림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1970년대 초 그는 개념적이고 사변적인 활동을 선도한 ‘S.T(Space Time)그룹’에 참여한 뒤 오히려 개념미술의 관념적 유희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1970년대 중반부터 화장경대, 창문, 거울 테 등의 오브제에 자화상을 비롯한 인물이나 풍경 등을 극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사실적인 이미지에서 보이는 것과 비춰지는 것을 공존시키는 시도를 통해 사물과 환영의 재현의 문제, 그리고 이를 그리는 방식에 대한 한계를 탐구하였다. 당시 화단에는 단색 평면 추상이 널리 퍼져 있었지만 김홍주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극사실적 재현을 추구하였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논이나 밭, 도시, 산, 지도, 문자, 꽃 등을 소재로 작업하고 있다.

〈무제〉(2002)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꽃 그림 연작의 하나이다. 가로, 세로의 크기가 각각 162cm나 되는 커다란 캔버스에 오로지 한 송이의 꽃을, 그것도 정면으로 부각시켜 그렸다. 꽃 외에는 텅 비워버린 여백의 처리는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고 집중케 하는 효과가 있다. 세필로 그려진 꽃 그림들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꽃의 형상을 벗어나 하나의 추상화로 전환된다. 김홍주의 꽃 그림은 관습적인 시선과 언어적인 의미를 탈피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상하좌우와 원근시점에 따른 무한한 해석 가능성을 제시하며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적 정의를 유도한다.
민정기, <와룡추>(2005)
민정기--와룡추--2005--캔버스에-유채--223×113cm
민정기 | 와룡추 | 2005 | 캔버스에 유채 | 223×113cm | 2005년 구입

민정기(1949-)는 1980년 ‘현실과 발언’의 동인이자 민중미술의 대표작가이다. 그의 초기 작품은 키치 형식으로 이른바 ‘이발소 그림’을 원용한 것, 그리고 도시적 풍경을 배경으로 한 현실사회에 대한 발언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1987년 경기도 양평으로 이주한 후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의 역사와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인연이 닿는 전국의 명승과 고적을 답사하며 관찰하고 기록한 후에 유화라는 서구적 재료와 기법을 구사하면서도 전통 산수화의 흥취와 품격을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려냈다. 우리의 전통 고지도를 바탕으로 하고 그 위에 인문 지리적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반영한 그의 작업은 시공간이 묘하게 중첩되어 독특한 ‘지도산수화’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와룡추〉(2005)는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승안리에 위치한 용추폭포를 그린 것이다. ‘용추(龍湫)’는 용이 승천한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가뭄이 심할 때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낸 뒤 물을 퍼내면 비를 내려준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용추폭포는 높이 5m 정도의 작은 폭포이지만 수량이 많고, 맑은 물이 바위들과 어울려 있다. 이 기암괴석을 이름하여 ‘와룡추’라고 한다. 이 곳 와룡추를 시작으로 무송암, 탁령뇌, 고실탄, 일사대, 추월담, 청풍협, 귀유연, 농완계 등 9개의 절경지를 ‘용추9곡’ 또는 ‘옥계9곡’이라 하는데 바로 가평팔경의 제3경이 된다. 작가의 발길은 양평을 넘어 경기도 명승의 하나인 용추구곡에 닿아 특유의 거친 듯, 경쾌한 붓질로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과 옛 이야기를 세로로 긴 화폭에 담았다.
박영남, <하늘에 그려본 풍경>(2006)
박영남--하늘에-그려본-풍경--2006--캔버스에-아크릴-채색--250×200cm
박영남 | 하늘에 그려본 풍경 | 2006 |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 250×200cm | 2006년 구입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뉴욕시립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박영남(1949-)은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한 축을 차지해온 추상적인 경향의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작가이다. 서울과 뉴욕, 파리, 독일 등에서 꾸준하게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해왔던 작가는 자연과 삶에서 느끼는 감정을 손가락으로 그리는 일명 ‘핑거 페인팅’으로 자유롭고 본능적으로 표현하며 개인적인 작품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하늘에 그려본 풍경>(2006)는 감각적이고 직관적이다. 핑거 페인팅으로 자연스럽게 분할된 화면은 기하학적 추상이나 추상표현주의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을 던져준다. 작가는 어린 시절의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따라 작업하며 어린 시절 마구 긋고 칠하던 원초적 미적 욕구의 유희를 마음껏 표출한다. “아무런 유형도, 형식도, 개념도 멀리한 상태에서 그냥 습관적으로 작업에 임한다.” 라는 작가의 말처럼 박영남의 추상회화는 순수미술의 자유스러움과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박현기, <무제>(1993)
박현기--무제--1993--모니터,-돌,-나무,-싱글채널비디오,-무음
박현기 | 무제 | 1993 | 모니터, 돌, 나무, 싱글채널비디오, 무음 | 2010년 구입

박현기(1942-2000)는 한국적 비디오아트의 1세대 작가로, 드로잉, 입체, 사진, 비디오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친 작가이다. 그는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영향으로 비디오아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으나 그의 작업은 자연과의 조화, 오브제 자체와 물성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던 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백남준처럼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대신 오히려 탈테크놀로지한 장르를 지향하며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비디오 설치 작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였다. 실제 돌과 TV 모니터 속의 돌을 병치시킨 <비디오 돌탑>(1978), 돌과 철판으로 시소를 만들어 한쪽에 돌의 영상을 담은 TV 모니터를 얹은 <TV 시소>(1984), 불교 도상과 포르노 장면을 빠른 속도로 교차 편집한 <만다라>(1997-1999) 등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소위 ‘나무 손’시리즈로 불리는 <무제>(1993)는 작가가 1990년대 초반 폐침목과 돌을 소재로 제작한 여러 작품 중 하나로, 기다란 폐침목의 한쪽을 마치 손가락처럼 다섯 갈래로 자르고 그 사이에 돌을 끼워 넣고, 왼쪽에는 실제 작품을 둘러보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담긴 소형 모니터가 달려있는 작품이다. 작가가 평생을 주재료로 삼았던 ‘돌’은 그에게 있어 태고의 시간과 공간을 포용하는 자연이자, 서구과학의 한계를 느낀 작가 스스로를 확인하는 오브제이다. 또 ‘손’은 그의 작품 속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화두로, 돌과 손가락 형태의 나무로 구성된 이 작품을 관조하는 작가의 영상을 통해 작품과 스스로 하나가 되는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배영환, <남자의 길-불광동 첫사랑>(2007)
배영환--남자의-길-불광동-첫사랑--2007--버려진-나무에-혼합재료--105×30×8cm,-110×45×15cm
배영환 | 남자의 길-불광동 첫사랑 | 2007 | 버려진 나무에 혼합재료 | 105×30×8cm, 110×45×15cm | 2007년 구입

배영환(1969-)은 1990년 후반부터 회화, 조각, 설치 그리고 영상 등 다양한 표현매체를 통해 한국 사회 특유의 문화적 감성과 사상을 발언해왔다. 그의 대표작 <유행가>, <추상동사>, <바보들의 배>, <새들의 나라> 등 각 작업은 서로 이어지고 단절되며 그려낸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작가는 지난 수년간 현대 사회 속에서 개인의 삶과 죽음, 우울과 치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시각화하며 미술을 통한 사유의 가능성을 극대화해왔다. 그 외 <도서관 프로젝트-내일>, <갓길 프로젝트>, <노숙자 수첩-거리에서> 등 일상생활 속에서 상생하는 미술의 역할을 실현하는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이어왔다.

<남자의 길-불광동 첫사랑>(2007)은 2005년 대안공간 풀에서 동명의 기획초대전을 통해 선보인 작업으로, 오브제인 통기타에서 그의 초기작 <유행가>의 정서가 드러난다. 기타의 몸체를 구성하는 자개장 파편은 1980-90년대 유행 끝에 버려진 가구를 재조합한 작업의 맥락을 이루는 중요한 소재로, 이는 한때 청춘과 낭만, 저항의 상징이었던 통기타의 형태로 남았다. 더 이상 소리를 내지 못하고 외양만 남은 기타는 권위와 성공만을 노래하는 한국 사회에서 소리를 잃고 내리막길로 사라지는 존재를 은유한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 기반한 <남자의 길-불광동 첫사랑>은 동시에 그러한 존재에 대한 위로이기도 하다.
윤형근, <번트엄버 & 울트라마린>(1978)
윤형근--번트엄버-_-울트라마린--1978--린넨에-유채--270×140cm
윤형근 | 번트엄버 & 울트라마린 | 1978 | 린넨에 유채 | 270×140cm | 2007년 구입 | ⓒ Yun Seong-ryeol

윤형근(1928-2007)은 한국의 1970-80년대 단색화 흐름의 대표적인 작가로, 단순화한 수평과 수직의 색면이나 선을 겹친 추상회화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1970년대 중반부터 그의 작품을 구성하는 주요 색상은 갈색과 군청색으로, 수많은 빛깔 중에서 반복적인 생략을 통해 작가가 궁극적으로 포착한 자연의 본질적인 색채이다. 화려한 색과 형태가 아니라 꾸미지 않은 내면의 정수를 담고자 한 작품 세계가 동양적 명상과 자연관과 닮아 있다. “나의 그림은 추사 김정희의 쓰기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힌 작가의 화면에서 획을 반복적으로 그어 완성한 독특한 추상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

<번트엄버 & 울트라마린>(1978)은 회화를 언어로 설명할 필요를 못 느꼈다는 작가가 ‘태운 갈색과 군청색’의 안료명을 영문 그대로 작품명에 사용한 것이다. 그에게 갈색은 ‘땅’, 군청색은 ‘하늘’을 의미했으며, 땅과 하늘이 겹쳐 이룬 검정색은 ‘자연이 결국 돌아가는 색깔’이었다. ‘자연과 가까운 것’으로 설명되는 작가의 작업은 우연히 발견한 고목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자연의 이치와 신비함을 화폭에 담는다. 물감에 테레빈유를 섞어 묽게 한 후 거친 마 캔버스에 칠하여 스미고 배어 나오게 함으로써 화면의 은근한 농담을 표현하였는데, 천이나 종이에 안료를 흡수시키는 동양의 전통적인 화법에 닿아 있다. 1990년대 이후의 작업 경향이 물감의 번짐을 줄여 화면 구성을 보다 단순화하였다면, 1978년에 제작한 이 작품은 농담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초기작 중 하나이다.
이상현, <조선역사명상열전-시공간이동호(1)>(2004)
이상현-조선역사명상열전-시공간이동호(1)-2004-디지털프린트-110×150cm
이상현 | 조선역사명상열전-시공간이동호(1)_| 2004 | 디지털 프린트 | 110×150cm | 2007년 구입

이상현(1954-)은 기발한 상상력과 당대의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1980년대 초반부터 장르를 초월해 거의 모든 분야의 시각예술을 섭렵하며 주목받았다. 1996년에는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에서 선정한 21세기 차세대 중요 작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의 작업은 과거의 흑백 사진 또는 한국의 전통 회화 등에 디지털 이미지를 합성하거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시공을 초월하고, 이상과 현실이 혼재되어 있으며 진실과 허구가 공존한다.

<조선역사명상열전>은 2004-2005년에 걸쳐 10개월간 제작한 전체 20점으로 이루어진 연작으로, 작가가 장선우 감독의 영화 <거짓말>(1999) 출연으로 겪어야만 했던 수년간의 침체기 이후 미술활동을 재개하면서 발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한반도의 고적과 유물들의 도판을 모아놓은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1915-1935)의 자료 사진에 디지털 이미지를 합성한 사진작업으로, 검은색 정장을 입은 작가가 직접 고안한 타임머신 ‘시공간이동호(Tapacementor: Time+Space+Movement, 1988)’와 ’바람의 마음(The Mind of Wind, 1989)‘을 타고 일제 강점기 조선의 유적을 유랑한다. 그는 폐허가 되어버린 경주 안압지, 황량한 불국사, 무너져 내린 익산 미륵사지석탑 등 폐허가 된 역사의 현장에 마치 외계인처럼 출몰한다. 북핵,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오늘날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정치적, 역사적 상황을 일제 강점기의 역사에 빗대어 비판하고 있다.
임민욱, <포터블 키퍼>(2009)
임민욱--포터블-키퍼--2009--HD-싱글채널비디오,-사운드--12분-53초
임민욱 | 포터블 키퍼 | 2009 | HD 싱글채널비디오, 사운드 | 12분 53초 | 2010년 구입

임민욱(1968-)은 세대 간 갈등과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단절과 소외감을 사회적 맥락에 투영시켜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의 매체로 표현한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시작으로 전개된 농촌의 급속한 근대화와 한국의 압축적인 성장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의 성공 신화 이면에 뒤따른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상실감과 상처를 작업의 주된 소재로 삼는다. 작업은 어려서부터 목격한 도시개발의 이미지와 다문화적인 개인사 등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1980년대에 작가는 학업을 중단하고 파리로 이주하여 그곳 작가들과 예술가 집단 ‘제네럴 지니어스(General Genius)’를 결성하여 생활하였는데, 이 시기 시도한 디자인, 공공예술, 아카이브 등 여러 장르의 공동 실험들이 이후 사회적 현실과 일상을 교차시켜 급진적이고 도전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작업의 토대가 되었다.

<포터블 키퍼>는 2009년부터 진행한 프로젝트로 오브제 설치와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한 영상 작업으로 구성된다. 버려진 선풍기 팬과 새의 깃털, 필기도구, 인조모피를 세로로 길게 연결시켜 흡사 토템을 연상시키는 ‘휴대용 지킴이’인 포터블 키퍼를 어깨에 메고 재래시장과 공사장의 폐허를 홀로 배회하는 남자의 모습은 잊혀진 시공간을 지키고 복원하고자 의식을 치르는 현대판 샤먼과 같다. 파괴에 맞서는 저항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상실감, 포기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이질적 조합의 오브제 속에 담았다.
조동환, 조해준, <미군과 아버지>(2005)
조동환_조해준--미군과-아버지--2005--종이에-연필-드로잉--각-27
조동환, 조해준 | 미군과 아버지 | 2005 | 종이에 연필 드로잉 | 각 27.3×39.5cm(22장) | 2008년 구입

조해준(1972-)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그래픽을 공부했다. 조동환(1935-)은 조해준의 아버지로 화가지망생이었다. 2002년 조해준은 아버지 조동환이 물려준 도록에 대한 궁금증으로 아버지와 서신을 주고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조해준은 아버지의 개인사와 가족사를 아버지가 직접 글과 그림이 섞인 드로잉으로 제작할 것을 제안한다. 이후, 부자(父子)는 함께 공동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미군과 아버지>는 작가의 아버지가 열한 살이 되던 1945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처음 본 미군에서부터 1959년 미군부대에서 카투사로 복무하던 시기까지 보고, 듣고, 경험했던 미군의 이야기를 22장의 다큐멘터리 드로잉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 드로잉 시리즈는 일제 강점기와 해방, 분단, 6.25 전쟁, 반공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근현대사의 격변의 시대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온 한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본 미군과 관련된 이야기이면서, 우리 근현대사의 특수한 조건에 맞물려있는 개인의 경험들을 다룬 작업이다. 이 공동작업에는 아버지의 과거기억에 대한 방어적이고 자성적인 측면을 드러낼 때 일어나는 주저함, 그리고 망각되어 버린 지각의 주름이 점점 펴지듯 개인사와 가족사 속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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